독서로 군생활은 예술이된다
김동원
2025/01/08

해군 훈련소에 입영해 자유를 제한받은 채 낯선 환경에 적응해 나가던 중,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책을 읽기로 결심했고, 가장 먼저 손에 들어온 책이 김동원 작가의 『독서로 군생활은 예술이 된다』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필연적인 선택이었다고 느껴진다.
이 책은 28세에 육군으로 징집된 김동원 작가가 미국에서 클라리넷 연주자로 활동하다 장갑차 조종수로 복무하게 되고, 이후 군악병이 되어 마침내 작가로 거듭나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그는 군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도 책을 통해 삶의 통찰을 얻고, 그 힘으로 다양한 기회를 만들며 꿈을 현실로 이뤄낸다. 단지 군 생활을 견뎌낸 것이 아니라, 독서를 통해 삶을 스스로 다듬고 빚어낸 이야기였다.
책을 읽으며 나는 그와 닮은 점들을 하나둘 발견할 수 있었다. 나 역시 29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입대했고, 입대 전까지 쌓아온 개발자로서의 커리어가 단절되는 것에 대해 깊은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있었다. 작가가 단 하루만 클라리넷을 연주하지 않아도 실력이 녹슬까 걱정했던 것처럼, 나도 실전 개발에서 멀어지는 시간이 쌓이면서 점점 뒤처질까 봐 두려웠다. 이러한 불안감은 단지 기술적 감각의 퇴화에 대한 걱정만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의 가치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나는 현재 SW개발병으로 복무 중이다. 비록 원하는 분야의 프로젝트나 기술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환경은 아니지만, 일과 시간 내에 개발 업무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반면, 작가는 입대 직후 장갑차 조종수라는 본인의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보직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군악병이라는 꿈에 대한 갈증과 좌절을 함께 겪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군악병 면접에 도전했고, 결과를 기다리며 마음을 다잡기 위해 끊임없이 책을 읽었다. 그의 태도는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고, 군 생활을 대하는 자세를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작가는 군대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도 책이 주는 메시지를 자신의 삶에 적용하며, 내면의 변화를 통해 진정한 성장을 이뤄냈다. 그는 외적인 성취보다도 독서를 통해 자신을 돌보고 꿈을 향한 길을 계속 찾아갔다는 점에서 특별했다. 나도 그의 태도를 본받아, 『꿈을 이루는 보물지도』라는 자기계발서를 읽고 내 삶의 방향을 재정립하고 있다. ‘자기선언적 암시’라는 방식으로 목표를 반복해 되뇌는 습관을 형성하고 있으며, 수료 후에는 내가 그린 보물지도를 웹사이트로 구현해 휴대폰 배경화면과 자대 관물대에 붙여두고 매일 내 꿈을 되새길 계획이다. 군 생활이라는 틀 안에서조차 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현재 훈련소 23일차에 접어든 나는 벌써 7권의 책을 읽었다. 입대 전까지는 바쁘다는 이유로 책을 멀리했지만, 지금은 책이 내 사고를 정제하고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소중한 동반자임을 느낀다. 더 많은 책을 읽으며 내면을 확장시키고, 남은 군 생활을 더욱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
나는 이제 단순히 시간을 때우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나를 만들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아직 내 군 생활 전체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훈련소에서의 시간만큼은 수료 후에도 자부심을 가질 만큼 값지고 의미 있게 보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독서는 나의 시간을 지키고, 나의 꿈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지금 이 순간 책장을 넘기는 손끝이, 나의 미래를 바꾸는 시작이 되리라 믿는다.